해외제지업계뉴스

인수금액 12조 5,000억 원의 오판, 美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왜 DS Smith를 다시 떼어내나

작성자
jakyung
작성일
2026-05-13 12:05
조회
312
미국 인터내셔널 페이퍼(International Paper)가 영국 골판지 포장재 기업 DS Smith를 인수한 지 불과 1년 만에 사실상 분사하기로 발표했다.
2025년 DS Smith를 품으며 북미와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포장재 공룡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2026년 1월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북미 사업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사업을 각각 독립 상장회사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수 자체가 틀렸던 것은 아니지만, 인수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가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DS Smith는 영국을 대표하는 골판지 포장재 기업이다. 유럽 전역에 200개가 넘는 포장 공장과 다수의 제지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용 박스, 식음료 포장재, 유통매장용 진열 포장재 등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재활용 원료를 기반으로 한 포장재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어, 친환경 포장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높은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DS Smith 인수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유럽 포장재 시장에 단번에 진입할 수 있고, 미국의 강한 원지 생산 기반과 DS Smith의 유럽 고객망을 결합하면 글로벌 포장재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유럽 포장재 업계에서는 DS Smith를 둘러싸고 영국 Mondi사와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결국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하며 DS Smith를 가져갔다.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와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포장재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던 시기였고, 지속가능 포장재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거래를 밀어붙인 배경이 됐다.

인수 당시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그렸던 핵심 논리는 비교적 명확했다. 미국 사업은 나무에서 새로 생산한 버진 원지 기반이 강하고, DS Smith는 재활용 섬유 중심의 유럽 포장재 사업에 특화돼 있다. DS Smith 입장에서는 재활용 원료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자사가 보유한 원지 생산 역량을 유럽 사업에 연결하면 양측 모두에게 효율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얼핏 보면 공급망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잘 맞물리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실제 결과는 달랐다. 미국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지와 생산 자원을 유럽 사업에 투입할 경우, 그룹 전체로는 시너지가 생길 수 있어도 정작 인터내셔널 페이퍼의 핵심인 북미 사업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다시 말해, DS Smith를 품으면서 유럽에서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결합이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기대했던 만큼 수익성을 높여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결국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인수 1년 만에 방향을 바꿔, 북미 사업은 북미대로, DS Smith를 중심으로 한 유럽 사업은 유럽대로 독립시키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시장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형 인수합병은 통상 수년에 걸쳐 통합 작업을 진행하며 시너지를 검증하는데, 이번에는 결합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분리 계획이 발표됐다. DS Smith 측은 회사 이름조차 바뀌지 않았고, 양사가 완전히 깊게 통합되기 전에 분리 방향이 정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초기에 기대했던 글로벌 통합 전략을 빠르게 재검토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인수 실패담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 골판지 포장재 시장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유럽 포장 시장은 팬데믹 시기 급격히 성장했지만, 이후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가격과 물량이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시장에는 여전히 경쟁자가 많고, 공급능력도 넉넉하다. DS Smith와 Mondi를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15% 수준에 그칠 만큼 업계는 조각화돼 있으며, 상위 5개 기업의 합산 점유율도 40% 안팎에 머문다. 미국 시장보다 훨씬 덜 집중돼 있고, 그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골판지 포장재 자체가 사라질 산업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식품 유통, 친환경 포장 전환이라는 장기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슈퍼마켓 진열과 물류 효율을 높이는 선반 진열형 포장, 할인점 운영 방식에 맞춘 복합 포장 등 제품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졌고, 인터내셔널 페이퍼 역시 유럽 시장의 장기 수요 성장률을 연 1.5~2% 수준으로 보고 있다. 큰 폭의 고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설비 효율화와 점유율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지켜야 하는 시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분리 결정은 “DS Smith가 가치 없는 회사였다”는 뜻이 아니라,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생각했던 방식으로는 이 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유럽 사업은 유럽 사업대로 현지 시장의 경쟁 구도와 비용 구조에 맞춰 운영하고, 북미 사업은 자본 배분과 수익성 중심으로 별도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북미 중심 회사로 재정비되고, DS Smith와 인터내셔널 페이퍼의 유럽 자산을 묶은 별도 회사는 다시 독립 상장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분리 이후 DS Smith의 다음 행보다. 유럽 포장재 시장의 구조조정 압력이 여전히 강한 만큼, 인수전에서 한 차례 밀렸던 Mondi와 DS Smith가 장기적으로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DS Smith와 Mondi가 결합하면 유럽 내 포장재 시장에서 보다 강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없지만, 인터내셔널 페이퍼와의 결합이 빠르게 흔들린 만큼, DS Smith를 둘러싼 유럽 포장재 업계의 재편 시나리오는 다시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유럽 포장재 시장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 포장 수요는 장기적으로 늘어나겠지만, 공급과잉과 경쟁 심화, 낮은 시장 성장률은 기업들의 수익성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DS Smith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하려 했지만, 유럽 사업의 낮은 성장성과 예상보다 약한 통합 시너지 앞에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번 분리 결정은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DS Smith를 다시 원래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인수대금을 되찾는 구조는 아니다. 애초에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DS Smith를 현금으로 인수한 것이 아니라, 자사 주식을 DS Smith 주주들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회사를 합쳤다. 당시 DS Smith 주주들은 통합된 인터내셔널 페이퍼 지분의 약 34%를 보유하게 됐다. 이제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회사를 다시 북미 중심 기업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중심 기업으로 쪼개려는 것이다. 분리 이후 새 유럽회사의 지분이 기존 인터내셔널 페이퍼 주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될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점은 약 12조 원 규모의 대형 인수가 불과 1년 만에 “완전 오판”으로 판명된 사실이다.

- 이 상 -
전체 59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88
일본제지, 중기경영계획 2030 발표…종이·판지 부문 정리 본격화
jakyung | 2026.06.01 | 추천 0 | 조회 392
jakyung 2026.06.01 0 392
587
일본 종이·판지 내수, 사상 처음 2,000만 톤 밑으로 전망
jakyung | 2026.06.01 | 추천 0 | 조회 338
jakyung 2026.06.01 0 338
586
2026 중국 제지업계, 대형 제지사 증설 이후 재편 국면 진입
jakyung | 2026.05.27 | 추천 0 | 조회 934
jakyung 2026.05.27 0 934
585
북미 포장업계, 2026년에도 공장 폐쇄와 감원 이어지며 구조조정 압박 확대
jakyung | 2026.05.27 | 추천 0 | 조회 387
jakyung 2026.05.27 0 387
584
일본제지그룹(Nippon Paper Group), 미국 공장에서 화학탱크 붕괴 사망사고 발생
jakyung | 2026.05.27 | 추천 0 | 조회 376
jakyung 2026.05.27 0 376
583
34억 달러 규모 전액 현찰 인수, 세계 최대 펄프 기업의 ‘생활용지 확장’ 본격화...남은 핵심 절차는 영국 심사
jakyung | 2026.05.19 | 추천 0 | 조회 289
jakyung 2026.05.19 0 289
582
인수금액 12조 5,000억 원의 오판, 美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왜 DS Smith를 다시 떼어내나
jakyung | 2026.05.13 | 추천 0 | 조회 312
jakyung 2026.05.13 0 312
581
日왕자제지(Oji HD) 2025년 실적 관련
jakyung | 2026.05.13 | 추천 0 | 조회 297
jakyung 2026.05.13 0 297
580
2025년 일본 제지산업의 ‘축소와 전환’
jakyung | 2025.11.04 | 추천 0 | 조회 1279
jakyung 2025.11.04 0 1279
579
2025년 1~8월 중국 제지산업 실적을 보며 곱씹어 봐야 할 숫자들
jakyung | 2025.11.04 | 추천 0 | 조회 1237
jakyung 2025.11.04 0 1237
COPYRIGHT © JAKYNG CHEMICAL CO.,LTD 201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