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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8월 중국 제지산업 실적을 보며 곱씹어 봐야 할 숫자들

작성자
jakyung
작성일
2025-11-04 12:45
조회
73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5년 1~8월 산업별 실적 자료를 꼼꼼히 뜯어보면, 제지·제지제품 산업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은 구조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중국 제조업 전체는 살아난다는데, 왜 제지만 이 정도로 얻어맞고 있는가”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 산업 전체를 보면, 2025년 1~8월, 중국 ‘일정 규모 이상 공업기업’ 전체 영업수입은 89조 6,2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76조 7,000억 위안(2.5% 증가), 총이익은 4조 6,929억 7,000만 위안으로 0.9% 증가했다. 계산을 해보면, 100위안 매출을 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85.58위안으로 전년보다 0.19위안 늘었고, 매출이익률은 5.24%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즉, 전체 산업 차원에서는 매출은 조금 늘고, 이익은 지난해 마이너스 기조에서 겨우 플러스로 올라온 정도, 그리고 원가 부담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월별 추이를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하다. 매출 증가율은 2024년(전년) 내내 2% 안팎의 완만한 플러스 구간을 유지해 왔지만, 이익 증가율은 2024년 초 -3~-4%대 마이너스를 오가다가 2025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0선 위로 올라왔다. 2025년 1~8월 누적 기준으로 0.9% 플러스, 8월 단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0.4% 급증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매출보다 이익 회복 속도가 더 가팔라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5.24%만 이익으로 남는 구조, 100위안 매출에 85~86위안의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마진 구조 속에서 제지·제지제품 산업의 성적표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보인다. 2025년 1~8월, 중국 제지·제지제품 산업의 영업수입은 9,167억 1,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8,108억 1,000만 위안으로 1.8%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든 만큼 원가도 줄었지만 감소 폭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이익이다. 1~8월 총이익은 229억 3,000만 위안으로, 무려 18.8%나 감소했다.

숫자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매출 -1.9%, 원가 -1.8%, 이익 -18.8%. 매출과 비용의 감소 폭이 1%포인트 이내인데, 이익만 두 자릿수로 무너졌다는 것은 제지산업의 마진이 매우 얇은 상태에서 추가로 한 번 더 깎였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국 제조업 전체 이익이 7.4% 증가하고, 특히 전력·비철금속·식품가공·전기장비 등 다수 업종이 두 자릿수 이익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제지는 확실히 “역주행 업종”으로 분류된다.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 업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업종은 1~8월 영업수입 4,215억 7,000만 위안으로 1.0% 감소, 영업비용은 3,570억 1,000만 위안으로 1.1% 증가, 총이익은 207억 2,000만 위안으로 5.2% 감소했다. 종이 수요의 상당 부분이 인쇄·출판·포장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이와 인쇄가 동시에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내수 수요와 가격 구조 모두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몇 가지 경제·산업적 요인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 구조적 수요 둔화다. 전 세계적으로 인쇄용지, 신문지, 사무용지 등 그래픽 용지는 디지털 전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종이·제지 산업의 1.9% 매출 감소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라기보다, 인쇄·출판·오프라인 광고 등 전통 수요처의 체질 변화가 누적돼 나타난 결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인쇄·기록매체 업종 매출이 1.0% 감소한 것과 함께 보면, “종이를 쓰는 쪽” 전체가 동시에 쪼그라들고 있다는 신호다.

둘째, 공급 측면에서의 과잉 경쟁이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공격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세계 최대 제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저부가·저효율 설비는 정책적으로 퇴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몰려 있다. 이번 통계에서 제지산업의 매출 감소 폭이 크지 않은데도 이익이 18.8%나 빠진 것은, 수요 둔화 상황에서도 설비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단가를 낮추거나,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판가에 전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셋째, 원가 구조의 압박이다. 전체 공업기업 기준으로 볼 때 100위안 매출당 비용이 85.58위안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펄프·에너지·인건비·환경규제 비용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지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이 평균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폐수 처리, 탄소배출 관리, 설비 개선 등에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익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넷째, 금융·재무 구조의 부담이다. 전체 공업기업의 자산·부채 구조를 보면, 8월 말 기준 총자산 185조 800억 위안(+5.0%), 총부채 107조 3,400억 위안(+5.4%), 자본 77조 7,300억 위안(+4.4%)이며, 부채비율은 58.0%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증가율과 이익 증가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가 더 빨리 늘고 있다는 것은, 이자 비용 부담과 투자 회수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제지와 같이 경기 민감도가 높고, 설비투자가 크며, 감가상각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이런 환경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쉽다.

이제 시야를 한국으로 옮겨 보자. 중국 제지업의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사실은 한국 제지업계에 두 가지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낸다.

하나는 “가격 경쟁 압력의 심화”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이익이 20% 가까이 줄어들었으니,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중동은 물론, 한국 시장을 포함한 동북아 시장에까지 저가 오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쇄용지, 백판지, 일부 패키징 용지 등 범용 제품군에서는 “마진을 줄이고라도 설비를 돌려야 하는” 중국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글로벌 판가를 다시 한 번 끌어내릴 수 있다. 한국 제지사 입장에서는 펄프·에너지·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를 버텨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중국 내 설비 구조조정의 가속”이다. 이익이 20% 가까이 감소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중국 내부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제지사, 노후 설비를 가진 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석탄·철강·시멘트 등 다른 원자재 업종에서 경험했듯이, 중국 정부는 환경·에너지 효율을 명분으로 설비 감축 정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제지산업에서도 이런 흐름이 본격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여지도 있다. 한국 제지사 입장에서는 “단기적 가격 압박은 버티되, 중기적 구조 변화를 촘촘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숫자는 매출 대비 이익 구조다. 전체 공업기업 평균 매출이익률이 5.24%인 상황에서, 제지와 인쇄 업종의 이익 감소 폭을 감안하면 실질 이익률은 이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제지업계가 체감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펄프·에너지 가격이 조금만 출렁여도 분기 실적이 바로 적자로 돌아서는 취약한 수익 구조, 신문·인쇄용지에서의 구조적 수요 감소, 온라인 커머스 확대에 따른 포장재 수요 증대라는 “희망 요소”마저 과잉 설비와 가격 경쟁으로 상쇄되는 현실은 한중 양국이 공유하는 고민이다.

그렇다면 한국 제지업계가 이 중국 통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중국 제지사의 평균 매출 감소 폭이 -1.9%에 불과하다는 점, 즉 “양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 이익만 크게 줄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대응할 때 가격만 보고 경쟁에 뛰어드는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저가 판매로 라인을 돌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산업의 수익성을 더 빨리 붕괴시키는 자해 행위가 되기 쉽다. 기술력과 품질 관리, 특수지·고부가 패키징 등 차별화 영역으로 빨리 이동하지 못한 업체는 중국과의 정면 가격승부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 전체 제조업 이익이 7.4% 성장하는 가운데, 제지·제지제품이 -18.8%, 인쇄·기록매체가 -5.2%라는 격차는, 글로벌 자본과 정책의 관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내부에서도 전기장비, 전자부품, 특수장비, 비철금속 등은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누리고 있다. 자본과 인력, 정책 지원이 이런 업종으로 몰릴수록 상대적으로 전통 제조업인 제지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지업계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자본·정책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1~8월 중국 제지산업 통계는 한국 제지업계에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중국 제지업도 이미 구조적 수요 둔화와 마진 붕괴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사이클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그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의 수출 드라이브와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한국 업체는 원가·환율·재고 전략을 훨씬 더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셋째, 결국 살아남는 길은 범용지 중심의 양적 경쟁이 아니라, 특수지·친환경 소재·고부가 패키징 등 차별화 영역에서 “중국도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던진 숫자들, 9,167.1억 위안의 매출, 8,108.1억 위안의 비용, 229.3억 위안의 이익, 그리고 -18.8%라는 이익 감소율. 이 건조한 숫자들은 사실 “종이의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서사이자, 한국 제지업계가 다음 10년을 설계할 때 직시해야 할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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