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중국 천밍제지(Chenming Paper)가 펄프 생산부터 제지 생산까지의 일원화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시원하게 빗나갔다.

천밍제지는 과거 펄프부터 제지까지 모든 공정을 통합하는 전략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가능케 하며,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특히,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친환경 포장 수요의 확대는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보이게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예상했던 바와는 전혀 다르다.

천밍제지는 최근 약 18억 위안(약 2억 4,850만 달러)에 달하는 미지급 채무를 공개하며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주요 공장 대부분에서 생산이 대폭 축소되었으며, 다수의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일원화된 생산 체계가 반드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천밍제지는 2020년에도 약 1억 3,700만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잠재적 위기를 넘겼던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지원에 불과했으며, 근본적인 경영 구조 개선이나 부채 문제 해결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현재까지 천밍제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천밍제지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일원화된 생산 체계는 확실히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과 기업의 재정 관리 실패라는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같은 외부 요인은 일원화 전략의 장점을 오히려 약점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결국, 천밍제지의 실패는 단순한 경영 전략의 실패를 넘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천밍제지는 기업 운영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천밍제지뿐만 아니라,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경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천밍제지의 행보를 통해 단순히 전략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유연성과 위기 관리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 이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