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펄프시장, 수요 아닌 ‘공급’이 시장을 지배한다
작성자
jakyung
작성일
2025-10-21 12:52
조회
196
2025년 10월, 세계 펄프 시장의 중심축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격은 오르는데, 수요는 없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회사가 한다, 바로 공급 통제다.
세계 최대 유칼립투스 펄프 생산업체인 브라질의 수자노(Suzano)는 10월부터 다시 한 번 가격을 올렸다. 아시아 시장에는 톤당 20달러, 유럽과 미주에는 50달러를 인상했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아시아 +20달러, 유럽·북미 +80달러를 단행했으니, 석 달 누적 인상 폭은 최대 150달러에 달한다. 이로써 유럽 시장의 펄프 가격은 톤당 1,130달러로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가격 조정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은 구조적이다. 유럽 주요 제지업체들이 고비용과 환경규제에 밀려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웨덴 빌레루드(Billerud)사는 연간 8억 스웨덴 크로나(약 750억 원)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650명 감원을 발표했고, 핀란드의 UPM은 카우카스(Kaukas) 제지공장의 정기보수를 10월 11일까지 연장, 피에타르사리(Pietarsaari) 제지공장도 11월 2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공식 이유는 “펄프 가격 상승과 시장 적응”이다.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미국의 상황은 반대 방향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인터내셔널페이퍼(International Paper)는 미국 내 골판지 수요 급감으로 9월 말 두 개 공장을 폐쇄하고 1,100명 해고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향후 8개월 내 미국 컨테이너보드 생산능력은 9% 줄어든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감산폭의 두 배에 해당한다. 미 연준의 산업생산지수는 85.1로 떨어져, 2020년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즉, 세계 각국의 제지산업이 ‘자발적 감산’ 혹은 ‘강제 구조조정’으로 동시에 수축하고 있다. 남미 업체들만 예외다. 원가 경쟁력과 환율 이점을 바탕으로 오히려 가격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자노는 최근 세 달 연속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의 PIX BHKP China Index는 여전히 톤당 512.84달러 수준이다. 전년 대비 10.3% 하락했지만, 시장은 하락보다 ‘공급 축소’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이 문을 닫고, 북미가 생산을 줄이는 동안, 남미는 매월 인상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스웨덴의 상황은 또 다른 단면이다. 스웨덴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펄프용 원목(pulpwood) 재고는 전년 대비 31%, 칩(chips)은 32% 증가했다. 특히 활엽수 펄프재는 63% 급증해, 2020~2024년 평균치보다 60% 높다. 생산량보다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공급망이 불균형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펄프 시장의 공통점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조정된 공급’이다. 미국은 수요 부진으로 감산하고, 유럽은 비용 압박으로 감산하며, 남미는 이를 기회 삼아 가격을 끌어올린다. 산업 전반이 경기 순환이 아닌 공급 축소형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구조는 제지업계 전반에 ‘비용 인플레이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수요 회복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 축소로 가격이 유지된다면, 제지 제품의 판매 단가는 오르지만 실질 마진은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에 제지업계는 최근 펄프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완제품 가격을 올려야만 원재료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펄프 수요는 식었고, 공급은 닫혔다. 국제 펄프 가격의 균형점은 시장이 아니라 생산자의 손으로 이동했다.
수자노, UPM, International Paper 최근 방향은 동일하다.
“생산을 줄여야 가격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2025년 펄프 시장의 냉정한 현실이다.
- 이 상 -
세계 최대 유칼립투스 펄프 생산업체인 브라질의 수자노(Suzano)는 10월부터 다시 한 번 가격을 올렸다. 아시아 시장에는 톤당 20달러, 유럽과 미주에는 50달러를 인상했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아시아 +20달러, 유럽·북미 +80달러를 단행했으니, 석 달 누적 인상 폭은 최대 150달러에 달한다. 이로써 유럽 시장의 펄프 가격은 톤당 1,130달러로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가격 조정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은 구조적이다. 유럽 주요 제지업체들이 고비용과 환경규제에 밀려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웨덴 빌레루드(Billerud)사는 연간 8억 스웨덴 크로나(약 750억 원)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650명 감원을 발표했고, 핀란드의 UPM은 카우카스(Kaukas) 제지공장의 정기보수를 10월 11일까지 연장, 피에타르사리(Pietarsaari) 제지공장도 11월 2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공식 이유는 “펄프 가격 상승과 시장 적응”이다.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미국의 상황은 반대 방향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인터내셔널페이퍼(International Paper)는 미국 내 골판지 수요 급감으로 9월 말 두 개 공장을 폐쇄하고 1,100명 해고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향후 8개월 내 미국 컨테이너보드 생산능력은 9% 줄어든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감산폭의 두 배에 해당한다. 미 연준의 산업생산지수는 85.1로 떨어져, 2020년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즉, 세계 각국의 제지산업이 ‘자발적 감산’ 혹은 ‘강제 구조조정’으로 동시에 수축하고 있다. 남미 업체들만 예외다. 원가 경쟁력과 환율 이점을 바탕으로 오히려 가격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자노는 최근 세 달 연속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의 PIX BHKP China Index는 여전히 톤당 512.84달러 수준이다. 전년 대비 10.3% 하락했지만, 시장은 하락보다 ‘공급 축소’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이 문을 닫고, 북미가 생산을 줄이는 동안, 남미는 매월 인상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스웨덴의 상황은 또 다른 단면이다. 스웨덴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펄프용 원목(pulpwood) 재고는 전년 대비 31%, 칩(chips)은 32% 증가했다. 특히 활엽수 펄프재는 63% 급증해, 2020~2024년 평균치보다 60% 높다. 생산량보다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공급망이 불균형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펄프 시장의 공통점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조정된 공급’이다. 미국은 수요 부진으로 감산하고, 유럽은 비용 압박으로 감산하며, 남미는 이를 기회 삼아 가격을 끌어올린다. 산업 전반이 경기 순환이 아닌 공급 축소형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구조는 제지업계 전반에 ‘비용 인플레이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수요 회복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 축소로 가격이 유지된다면, 제지 제품의 판매 단가는 오르지만 실질 마진은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에 제지업계는 최근 펄프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완제품 가격을 올려야만 원재료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펄프 수요는 식었고, 공급은 닫혔다. 국제 펄프 가격의 균형점은 시장이 아니라 생산자의 손으로 이동했다.
수자노, UPM, International Paper 최근 방향은 동일하다.
“생산을 줄여야 가격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2025년 펄프 시장의 냉정한 현실이다.
- 이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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