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 세계의 상거래와 산업 구조를 재편하며 막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2.9조 달러로, 전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징둥(JD.com), 핀둬둬(Pinduoduo)와 같은 주요 플랫폼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약 8억 4,200만 명의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에 참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이 수치는 9억 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전자상거래와 밀접하게 연관된 판지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 배송의 약 80%가 종이 기반 재료로 포장되며, 골판지 상자는 특히 물류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수요는 공급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제지업계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기고 있다.

2022년 중국의 골판지 생산량은 약 6천만 톤으로 집계되었으나, 이는 중국 국내 수요를 간신히 충족시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배송이 점점 늘어나면서 가구당 연간 소포 배송량이 2023년 기준 평균 65개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5% 상승한 수치다.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포장재 회전율이 물류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원자재 부족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크라프트지의 가격은 20% 이상 상승했으며, 종이 포장재 생산 비용은 전반적으로 12%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제지 공장에 더욱 엄격한 배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규제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생산 능력을 제한하여 공급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종이 재활용률은 현재 46%로, 세계 평균인 59%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종이 포장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기존의 인프라와 시스템으로는 단기간 내에 개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소비와 빠른 전자상거래 성장에 비해 재활용 자원의 회수 및 처리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폐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은 주요 폐지 수입국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2018년부터 시행된 '국가검역제도(National Sword Policy)'로 인해 폐기물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에서의 폐지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원자재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며, 종이 포장 산업의 안정적인 생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활용률을 단기간 내에 높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종이 포장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재활용 인프라를 확대하고, 외부적으로는 친환경 대체 소재 개발 및 새로운 자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종이 포장 산업이 원자재 부족 문제에 계속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재활용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종이 포장 산업의 성장세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전자상거래와 같은 주요 산업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2025년까지 전자상거래가 전체 골판지 포장재 수요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제지산업은 지속 가능한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내 일부 A급 제지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며 리쇼어링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룡제지와 태양제지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며 원자재 확보 및 생산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하지만 중국 전체 제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폐지 수입 규제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리쇼어링 전략은 동남아 지역의 저렴한 인건비와 완화된 환경 규제를 활용해 일부 대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중국 내 중소 제지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생산 여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구룡제지와 태양제지와 같은 대형 기업들의 리쇼어링이 중국 전체 종이 포장 산업의 원자재 부족과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종이 포장 산업은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지속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면 단순히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재활용 인프라를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자원 공유 및 협력을 통해 균형 잡힌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역동적인 변화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이 변화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종이 포장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이 상 -